PRAK's Blog: Versioning Up the Web!
웹2.0 - 해당되는 글 87건
 
지난 주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에서 주최한 "2007 정보문화 컨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많은 훌륭한 분들께서 좋은 발표를 해 주셨는데, 주제넘게 제가 한귀퉁이에서 토론자로 참석하고 왔습니다.

당일 배포된 발표집에 실렸던 글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어떤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지 알 수 없어 다들 이미 잘 아시는 기본적인 내용으로 채워진 글입니다. 그리고, 정해진 분량에 맞추느라 많은 부분 연결이 매끄럽지 않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차분히 풀어 정리하는 것은 또 다음 기회로 미루고^^, 최근들어 제대로 포스트 하나 마무리 짓지 못해 무거운 마음을 조금 덜어볼까 합니다.

* * *

2.0과집단지성: 효과적인 집단지성 활성화 도구는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하는가?

다가올 미래의 웹, 혹은 새로운 버전의 웹이란 인상을 주는 2.0”이란 용어는 실상 닷컴버블의붕괴를 이기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공통점”, 즉 오히려 과거지향적인 벤치마크를 그 개념의 출발점으로 합니다. 물론 애당초 벤치마크를 하는 이유가 성공사례를 모방하여 그 성공요인을 자신에게도 적용하려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뛰어난 벤치마크는 해당산업의 경쟁자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전파되고 적용된다는 점에서 웹2.0에는 미래적인 요소, 트랜드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의 시작은 성공하지 못한 기업(“1.0”)과 성공한 기업(“2.0”)의 다양한 사례에 대한 비교분석이었으며, 만약 이점을 간과한다면웹2.0의 다양한 하위개념들로 혼란스러워져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게 됩니다.

2.0플랫폼으로서의웹(Web as platform)”이란 명제아래 RIA(RichInternet Application), SaaS(Software As A Service), 오픈API, 에이젝스(Ajax), 매쉬업(Mash-up), 롱테일(Long tail), 영구적 베타(Perpetual Beta), 분산화(decentralization),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등다양한 기술과 개념과 밈(Meme)의 포괄적 집합의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연결’, ‘개방’, ‘참여’, ‘공유라는 웹의 기본정신을 충실히 이루어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역시 성공의 중요한 요소였다 라는 근본주의적 분석도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웹2.0의다양한 하위개념들이 정말 새로운것들인가? ,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가? 과연 웹2.0이발견했다는 이전과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에 대한 논란은 웹2.0이 처음 개념화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뜨겁게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2.0의 에센스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세상은 명쾌한 답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Read-Write Web(Richard MacManus), People Web(Dion Hinchcliffe),Machine Web(Jeff Bezos), Semantic Web 등 다양한 이해와 의견이 피력되고 논의되어 왔습니다.

최근 웹2.0의 주창자와 옹호론자들 사이에선 웹2.0집단지성을 활성화하는 것(Harnessing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쪽으로 논의가 수렴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팀 오라일리(Tim O’Reilly)2006 12 6일의 “Web 2.0Compact Definition: Trying Again”이란 제목의 블로그 포스트에서 집단지성을활성화하는 것(Harnessing Collective Intelligence)이 웹2.0의 핵심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란 것이 무엇인가에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집단지성에 처음으로 대문자를 붙여 명명하고 인터넷이란언어, 문자 이후 가장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된 인류가 나아가야 할 유토피아적 미래로 그것을 설파한 피에르레비(Pierre Levy)교수, 인류 진화의 다음 단계로글로벌 브레인(Global Brain)이란 이름으로 묘사한 하워드 블룸(Howard Bloom)교수, 코인텔리전스(Co-Intellince)란 용어를 만들고 포괄적 접근을 시도하는 톰 애틀리(TomAtlee) 등 많은 연구자들의 다양한 개념이 조금씩의 차이를 두고 집단지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단지성에 대해서도 각각의 다른 설명과 이해가 존재합니다. 사람이건 곤충이건 둘 이상의 생명체만 모이면 집단지성을 관찰할 수 있다는 의견부터, 적어도 던바 넘버(Dunbar number) 150명을 넘어서는 사람이 모여야 지성이 발현되는 집단이된다는 주장, 또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10명 이상의사람만 모이면 된다는 생각까지 집단의 정의에 대해 다양한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지성에 대해서도 그것은 지성이 아니고 지능에 더 가깝다든지, 혹은 집단지성지성문제해결 능력’, ‘학습’, ‘인식’, ‘사고’, ‘의사결정’, ‘정보의수집’, ‘분별력’, 심지어 육감까지 다양한 지적 능력 중 하나이거나 또는 그 모두라는 주장이공존합니다.

쉬운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용어가 흔히 그렇듯, ‘집단지성도 그 용어의 평이성과 이해의 용이성이 오히려 오해와 자의적 해석을 유발하여,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의미하건 그 용도로 마구 사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건 집단지성이란 것의 중요성과 활용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영어권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으며, 그것의 실체와 구현방법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집단지성은그에 대한 공통된 이해와 합의가 점차 형성, 조정, 발전되어가는 중에 있는 개념이므로, 그 논의가 끝나고 모든 파악이 종결되었을 때에는 이미 그 과실은 적극적으로참여하고 먼저 이해한 사람들이 다 나누어 가졌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이 집단지성에 관한 사고의 장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웹2.0의 시대에우리나라의 학계와 산업계에 주어진 매우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흔히 집단지성을 잘 구현한 웹2.0 서비스 모델로 위키피디어(Wikipedia)’블로고스피어(Blogosphere)’ 그리고 디그닷컴(digg.com)’ 같은 소셜 뉴스가 언급됩니다. 이들은 분산화(decentralization)된구조를 바탕으로 하며, 집단의 참여에 의해 개개인이 혼자서는 이룰 수 없었을 일을 달성할 수 있게 합니다. 마치 1911집단지성이란 개념에 단초를 제공했던 곤충학자 윌리엄 모튼 휠러(WilliamMorton Wheeler)가 흰개미 한마리는 4m 높이의 개미집을 만들 수 없어도, 흰개미 집단은 초유기체(superorganism)”로한 몸처럼 작동하여 그것을 가능케 한다 라고 한 것처럼, 이들 서비스에서 사람들은 인터넷이란 도구를활용하여 훌륭하게 방대한 지식을 모으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의견을조정하며, 정보의 중요도를 결정해 냅니다. 권위적인 조정자의중앙집중적 개입이 없이도 훌륭히 분업과 협업을 이루어 냅니다.

하지만, 이런 사용자의 행위와 목적이 일대일로 대응하는, 그리고 사용자의 선의에 의존하는 웹2.0 서비스 모델은 하나같이스팸과 오남용에 취약하다는 약점과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집단지성을극대화 하기 위해 필요한 최대한 많은 사람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교학교수로 경력을 속이고 위키피디어 관리위원으로 활동하여 파문을 일으켰던 24살의 대학 중퇴생 에스제이(Essjay)의 사례와 블로고스피어에 넘쳐나는 에드센스 수익만을 노린 스플로그와 펌블로그들, 그리고 디그 마피아의기사 순위조작 음모 등은 이런 류의 서비스 모델의 신뢰성과 발전가능성에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앤드류킨(Andrew Keen)같은 엘리트주의자가 집단지성시민 저널리즘에대해 냉소적으로 논박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 사람의 악의적 사용자가 만든 바이러스가전체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도 있고, 몇 사람의 악플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을 만큼 개인의힘과 영향력이 커진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스팸과 오남용에 취약하다는 것은 매우 커다란 약점으로 작용합니다. 더불어, 결국 그것을 참조하는 사람의 수에 비해 극소수의 이용자만 편집에 참여하는 위키피디어나, 메인 페이지의 최고 인기 기사의 추천수도 보통 몇 백을 넘지 못하는 디그닷컴의 경우는 과연 그것이 진짜 집단의 지성인가에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처럼 타인의 노력의 결과물에 쉽게 편승하여 이득만을 취하려는 대다수 사람들의 사회적 태만을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은 해당 서비스의 성장에분명한 한계를 가지게 하며, 새로운 서비스 모델이 사용자의 참여를 끌어내고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게하는 요인이 됩니다.

근본적으로 이것은 언급된 서비스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게 하고, 참여자의 협업에 실시간성을 부여하긴 했으나, 이런 류의 서비스들에서목격할 수 있는 집단지성이라는 것은 집단지성이라고는 불리우긴 해도 결국 확장된 형태의 협업(collaboration)’의 모습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협업을 하려고 하면 늘 등장하는 고전적인 딜레마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때문입니다.

반면, 구글의 페이지랭크(PageRank)나마가린(mar.gar.in)과 같은 소셜 북마킹 서비스, 클라우드마크(Cloudmark)의 스팸 필터, Last.fm같은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reCAPTCHA같은프로젝트는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데에 조금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 줍니다. 이들은 마치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사용자들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의 행위에서집단지성을 추출해 냅니다.

구글은 웹페이지에 걸린 링크를 한 페이지가 다른 페이지에 투표한 것으로 보아 많은 링크를 받았을수록, 또 권위있는 페이지에서 링크를 받았을수록 더 중요한 페이지로 판단하여 검색결과의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구글이 웹2.0기업인 이유는 그들의 엄청난 수익성이나 그들이 만들어내는다양한 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페이지랭크라는 구글 검색의 기반이 되는 알고리듬이 하이퍼링크라는 웹의본질과 그 구조에 숨어있는 의미를 파악하여 집단지성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가린(mar.gar.in)과 같은 소셜 북마킹 서비스는, 사용자가 자신이 나중에 다시 찾아볼 것 같은 웹페이지를 개인적인이유로 북마크하여 저장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는 태그를원하는 수만큼 붙여 분류해두면, 그 웹페이지를 얼마나 많은 다른 사용자가 북마크했는지 알려주어 웹페이지의중요도를 판단케 해줍니다. 또한, 동일 태그나 연관 태그가붙은 다른 북마크를 찾아보거나, 유사한 태그를 사용한 다른 사용자의 북마크를 둘러보면, 자신이 미처 몰랐지만 관심있어 할 만한 정보를 담은 웹페이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목적으로 소셜 북마크라는 도구를 사용하지만, 그것이결국 소수의 포털 편집인력이 하는 것 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웹페이지를 걸러주고, 분류하고, 중요도를 판별해 주어 소셜 서치가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페이지랭크에는 웹페이지를 만든 사람만의집단지성이라는 한계가 존재하는 반면, 소셜 북마크는 그보다 더 중요한,웹페이지를 보는 사람, 즉 정보사용자의 집단지성을 활용한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Last.fm은 개별 사용자가 어떤 곡이 마음에 들어서계속 듣는지, 아니면 듣기 싫어 다음 곡으로 건너뛰는지의 데이터를 취합하여 비슷한 취향의 음악들을 분류하고, 유사한 성향의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계속 찾아줍니다. 클라우드마크는키워드를 사용해 스팸을 걸러내는 대신, 사람들이 스팸이라고 지워버린 메일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팸을 판별해줍니다. reCHAPTCHA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스팸방지어를 입력하느라 헛되이 사용하는 시간을, OCR이 인식하지 못했던 북스캔 데이터를 스팸방지어로 사용하고 사람들이 입력한 올바른 문자열로 도서관 전산화데이터를 교정함으로써 의미있게 활용하도록 도와줍니다.

이처럼 협업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는 전통적인 의미의 집단지성과는 조금 다르게,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행위에서 특정한 메커니즘을통해 추출해 내는 지성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라고 합니다. ‘광기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대중에게 지혜가 있음을간파해낸 사람이 뉴요커의 비즈니스 칼럼니스트이며 2004년 동명의 책을 발간한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입니다.

대중의 지혜가 발현되기위해서는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대중, 그리고 특정한 취합 메커니즘(aggregatingmechanism)이 필요합니다. 다양성과 독립성이 없는 대중은 지혜를 발현하기 보다 광기로 흐르기 쉽습니다. ‘집단사고(Group thinking)’정보 캐스케이드(Information Cascade)’가 작동하여 올바른 지성을 발현할 수 없습니다. 마치 시장경제처럼 현상에 대해 다양한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취할 때 대중의 지혜가 발현됩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대중의 구성원은 서로를 모방하기 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의견을 교환하고 조정하여 결론에 도달하기 보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이 계급구조와 모방을 기본 구조로 하는 글로벌 브레인이나, 힘을합쳐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사소통과 직접적 의견조정을 해야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집단지성과 대중의 지혜가 가장 큰 다른 점입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취합메커니즘(aggregating mechanism)’이란 합의(consensus)’가 아닙니다.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공통된의견을 논의를 통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자신을 위해서 수행하면, 그 이기적인 행위의 집합에서 지성을 추출해내는 방법을 일컫는 것입니다. 또한 이 취합 메커니즘은 분산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집단지성으로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점 입니다. 크라우드 소싱은 결국 밖에서 의견을 듣되 정답을 정하는 것은 소수의내부인이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잘아는 고객제안과 별로 다른 점이 없습니다. 더불어 이것이 네이버 지식in대중의지혜내지는 웹2.0이란 맥락에서 집단지성을 구현한 것으로 보기 어렵게 되는 이유입니다. 지식in은 질문자가 정답을 선택하는 구조로 되어있어 답을 찾는 과정은분산화되어 있으나 답을 결정하는 과정이 분산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단이 답을 결정한 것이 아니기때문입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집단지성을활성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와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웹2.0 시대의 인터넷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와도전으로 주어져 있습니다. 구글처럼 기존의 사이버스페이스의 구조에 숨어있는 집단지성의 의미를 읽어내어활용하거나, 개인적인 목적과 용도로 사용하지만 그 안에서 집단지성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소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것 학계와 산업계에서 집중해야 할일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를 통해 인류의 다음 번 진화단계로서의 집단지성으로 세상이 나아가는데 일조할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그 성패를 알 수 없지만, 스폿플렉스(Spotplex)는 매우 좋은 사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레퍼레즈(Referez)라는 서비스로 처음 선보였으나 지금은 실리콘밸리로 옮겨가 스폿플렉스라는 이름으로영문 서비스를 시작하여 테크크런치(TechCrunch)의 마이클 애링턴(Michael Arrington)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스폿플렉스는디그처럼 사람들의 추천에 의존하는 대신, 블로그에 삽입된 코드가 기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읽은 포스트를취합하여 보여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확장성(scalability)는 또 다른 이슈입니다. 2.0이 영어권 웹환경에서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이란 점을 기억한다면, 같은 개념을 적용하여 한국의 웹2.0’도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 닷컴버블의 붕괴를이기고 살아남은 기업의 공통점을 추려본다면 아마 영어권과는 또 다른 결과를 보여줄 것입니다. 하지만여태까지 한국 서비스의 해외진출 사례가 보여주듯 한국의 웹2.0’ 서비스는확장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 많습니다. 이는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또 다른 과제일것입니다.

태그 - , ,
웹 2.0  |  2007/07/02 23:25
지난 5월 15일 두 개의 새로운 서비스가 오픈/리뉴얼 했습니다. (제 귀빠진 날이기도 합니다.^^)
"블로그 전문 검색"인 나루(naaroo)와 "소셜 쇼핑으로의 진화"를 선언한 레뷰2.0(RevU2.0)이 그들입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더 많은 분들의 주목을 받고 활성화되어 한국의 웹환경이 더 활기를 띄게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과 두 서비스를 만드신 분들과의 개인적인 친분에 따른 압박감^^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두 서비스를 소개하는 포스트를 쓰게 되었습니다.^^)

레뷰는 작년 출범할 당시의 "리뷰 검색", 즉 단순히 여러 사이트에 퍼진 리뷰를 모아 검색하게 해주던 서비스에서 "소셜 쇼핑"으로 비즈니스 컨셉의 포지셔닝과 모델을 바꾸었습니다. 즉,  THIRDTYPE님이 소개해 주신 Crowdstorm같은 단순 정보 제공에서, 보다 더 "소셜"한 기능과 가치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 합니다.

웹2.0 과 그에 따른 다양한 소셜 소프트웨어의 바람을 타고 1-2년 전부터 "소셜 쇼핑"이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 "소셜 쇼핑"이 무엇이다 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 할 똑 부러진 정의나 합의가 없는 것이 현상황일 겁니다.

애초에 소셜 쇼핑으로 언급되었던 해외의 서비스들을 간단히 살펴 보자면, "what's hot. right now."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Social"이라기 보다) "Popular"한 상품을 알게 해주는 것을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으로 삼는 듯한 stylehive, 그리고 이와 대동소이한 서비스이지만 e-Bay와의 적극적 연계, 가이 가와사키의 투자로 이름이 알려졌던 Kaboodle ("Shopping is more fun with friends"가 모토), 그리고 "Real recommendations from real people"을 슬로건으로 삼고는 있지만, 위의 두 가지와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ThisNext 같은 서비스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들은 상품 관련 웹페이지에 한정된 니치 소셜 북마킹 서비스에 가깝다고 이해했었습니다. (ThisNext는 여기서 한 발 정도 더 나가서 선물해 줄 만한 사람에게 조를 수 있는 기능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또한, 아예 위시리스트로 포지션했던 Wist 같은 서비스도 한동안 다수 선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서비스들은 주로 사람들로 하여금 사고 싶은 상품의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게 해주고,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소셜 쇼핑"이란 이름으로 더 재미있는 모델로는 리스트를 만들어 게시해 두는 것으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MyPickList 같은 사이트도 있었고, (생각하기 나름이겠습니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위에 언급한 사이트들보다 더 "소셜"에 가깝고 잘 만들어 졌다고 생각하는 StyleFeeder 란 서비스도 있었습니다. (가입과정이 꽤 흥미롭습니다.) 앞으로도 last.fm이나 Pandora같은 collaborative filtering이 상품분야에 적용된 서비스가 많이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사진인식기술과 구글 인수설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Riya도 아마 이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소셜"이란 것이 (특히 쇼핑이란 context에서) 무엇일까 를 생각해 보니, 정말 쇼핑에서는 대부분 판매자 위주로 사이트가 구성되어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구매자 입장에서 잘팔리는 물건(popular한 물건)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기상품", "한정판매", "마감임박"을 자주 보지만 과연 그것들이 정말 그런지..^^ (물론 가격비교 사이트들이 여럿 있습니다만, 그래서 인터넷 쇼핑 개인 사업자들을 무한한 가격 경쟁이라는 구도로만 몰아 넣고 있습니다만^^)

더불어, 모든 사람에게 인기있는 상품만이 아닌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 줄 수 있는 서비스도 아직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이것은 Riya가 하듯 기술적인, 또는 시맨틱한 방법으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소셜 소프트웨어 진영의 방법론을 빌려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판매자 입장에서는 실제 구매가 일어난 것보다, 사람들이 많이 사고싶어 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어떤 것이 장벽이 되어 그런 상품들의 구매를 막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도 매우 가치있는 일일 겁니다. 물론 일일이 설문조사를 할 수 는 없을테니, 어떻게 사용자가 정보를 내놓게 하거나 (물론 게시판이나 제안 등을통해 현재도 하고는 있습니다만), 사용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해서 이런 것을 알 수 있을 것인지가 연구되어 지면 앞으로 또 많은 재미있는 서비스가 생기리라 기대합니다.

여튼 새로운 필드를 개척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니 모쪼록 좋은 서비스로 발전해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나루는 블로그 전문 검색을 표방합니다. 아직 실제로 블로그 검색이란 개념이 형성되지 못한 국내에선 블로그 검색이란 용어가 소구하는 바가 약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Technorati의 그간의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블로그 검색이 어떤 것이며, 어떤 식으로 작동하므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미국적인 상황과 아직 그렇지 못한 한국에서의 상황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잘 커뮤니케이션하고 포지셔닝하느냐가 나루에겐 당면한 과제 중 하나일 겁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테크노라티의 David Sifry는 초창기에 끊임없이 자신이 구글의 PageRank와 유사한 알고리듬을 블로고스피어에 적용했고, 블로그의 신뢰도에 대해 더 정교한 가중치를 평가하므로 블로그에 대해서만은 구글처럼, 혹은 구글보다 우수한 검색품질을 제공한다는 메세지를 내보내었습니다. (사실상 구글과 PageRank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free riding해서 leverage하려는 의도가 많이 엿보였습니다.^^) 또한, 테크노라티는 (그 당시에^^) 상대적으로 더 오랜 크롤링 주기를 가졌던 구글보다 더 빨리, 한정된 셋에서만 데이터를 모으므로 Meme을 트랙하는데 더 우수하다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구글은 링크가 걸리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즉시 즉시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는 내용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더불어 그는 블로고스피어에 관한 각종 통계를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하고, 사람들이 알기 쉬운 숫자로, 예를 들어 "1초에 2개의 신규 블로그가 생긴다",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끊임없이 테크노라티를 노출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와 유사한 노력들이 나루도 기울여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미국과 다른 한국의 상황, 과점적인 상황도 슬기롭게 leverage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독과점 사업자에 대한 규제 (엊그제도 포털의 책임에 대한 중요한 판결이 하나 있었죠^^)가 심해지고 있으니까요. small player는 small player로서의 게임이 있지 않겠습니까?^^

여튼, 아직은 척박한 한국의 검색환경에서 우수한 엔지니어들과 함께 독특한 기술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셨는데 모쪼록 좋은 서비스로 자리잡으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어제 윙버스도 서울 맛집 서비스를 시작했군요. 저한테는 매우 유용한 정보들이 많더군요.^^ 모두 모두 One of many가 아닌 자신의 니치를 잘 찾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사용자에게 그 효용과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로 자리매김 하시길 기원합니다.
한국의 웹2.0 서비스  |  2007/05/20 03:16
만박님께서 소개해 주신대로 지난 토요일 5월 5일자 중앙일보에 "KAIST `웹 2.0 특강` 지상중계 ③ 집단 지성의 활용"이란 제목의 기사가 나갔습니다.

중앙일보에 기고하게 된 경위는 지난 3월 7일(마침 천재지변이 발생한 바로 그 날이군요.^^) 한재선박사님의 강권으로 주제넘게 맡게 되었던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웹2.0 특강" 중 집단지성 세션 때문이었습니다. 아는 것도 없는 변방의 블로거인 저를 불러 주셔서, 덕분에 여러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학생들과 재미있게 생각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그 특강이 연재물로 중앙일보에 실리는 바람에 제가 기사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전후로 서울대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연구실의 세미나, 2007년 제1회 정기 인하대학교 BK 정보기술 사업단 유비쿼터스 인텔리젼스 워크샵,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세미나,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의 특강 등에서 웹2.0과 집단지성에 관해 많은 분들과 이야기 나누었고, 2007 웹2.0 코리아 컨퍼런스에서도 짧은 시간 발표를 했었습니다만, 이쯤에서 종이신문에 익숙한 일반 독자도 '집단지성' 내지는 '대중의 지혜'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제가 보내 드렸던 글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그냥 하드에 썩히는 것이 아까워 소개해 봅니다.^^)

집단지성의활용이 웹2.0의 핵심

미국의 딜리셔스(del.icio.us)와 한국의 마가린(mar.gar.in)으로 대표되는 소셜북마킹은 가장 대표적인 웹2.0 서비스로꼽힌다. 소셜 북마킹이란 마치 책을 읽다 중요한 내용을 만나면 밑줄 긋고 메모하고 귀퉁이를 접어 표시해두듯, 웹을 서핑하다 발견한 기억해 둘만한 웹페이지에 꼬리표(태그)를 붙여 분류하고 보관해둘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브라우저의 즐겨찾기에 저장해 두는 것과 달리 사용하는 PC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다시 찾아볼수 있으며, 원하는 대로 분류하고(예를 들어, ‘읽어볼것’, ‘덧글단것등으로),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매 순간 끊임없이 수많은 문서가 만들어지는 웹에서 검색만으로 한 번 보았던 웹문서를 다시 찾기는 힘들다는 사실을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용자들 사이에 소셜북마킹은 크게 각광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만 250, 일본엔 50개가넘는 서비스가 성업 중이며, 소셜이란 특성상 언어문화권별로 동일한 관심사를 가지는 사용자군별로 독립된 소셜북마킹 서비스가 자리잡는 추세이다.

마가린(mar.gar.in)에선 어떤 웹페이지를 보관한 총사용자수가그 문서의 중요도를 판별해 준다. ‘2.0’을 포탈에서검색하면 포탈의 편집자가 편집해둔 대로 볼 수 밖에 없지만(편집자의 지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마가린에서 2.0’을검색하면 많은 사용자의 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뽑아둔 문서를 우선순위별로 알 수 있다. 또한 문서의중요도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실시간 역동적으로 반영된다.

이처럼 개인적 목적의 개별적 행위에서 마치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지성을 추출하여 새로운 정보와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집단지성’, 더 구체적으론 대중의 지혜를활용하는 것(harnessing collective intelligence)이라고 하며, 이것을 웹2.0의 핵심이라 파악하는 것이 지난 3년간 계속돼온 웹2.0의 본질에 관한 논란의 최신 결과물이다.

대중의 지혜(Wisdom ofCrowds)”는 잡지 뉴요커의 칼럼니스트인제임스 서로위키가 2004년 출간한 동명의 책에서 주창한 개념으로, 기존의협업이나 한몸처럼 움직이고 생각하는 전체라는 개념의 집단지성과는 거리가 있다. 팀워크를 예로 들면, 개미나 꿀벌에서 볼 수 있듯 잘 조직된 분업화된 팀이 발휘하는 것이 기존의집단지성식 팀워크라면, 불협화음을 내는 다양한 목소리로독립된 개인처럼 움직이는 팀에서 특정 매커니즘을 통해 합의가 아닌 정답을 도출해 내는 것이 대중의지혜식 집단지성의 팀워크이다.

구글이 웹2.0 기업인 이유는 높은 수익성이나 다양한 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페이지랭크(PageRank)란 웹문서의 중요도를판별하는 구글의 알고리즘이 대중의 지혜를 반영한 것이기때문이다. 구글은 웹문서의 하이퍼링크를 링크가 걸린 페이지에 대한 투표로 해석하여, 많은 링크를 받았을수록 또는 권위있는 사이트에서 링크를 받았을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배정하는 식으로 우선순위를정하게 된다. 물론 페이지랭크는 독자가 아닌 웹문서를 작성한 사람들의 집단지성을 구현한 것이란 한계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기존의 검색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검색품질을 보여준다.

보다 넓은 의미로 집단지성을파악하는 측에선 협업의 범주에 속하는 위키피디어, 소셜 뉴스, 블로고스피어 등도 웹2.0으로파악한다. 이들은 개인이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을 집단은가능케 한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민제안에 따라 버스 손잡이 모양을 바꾼 서울시의 노력과 같은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집단지성을 활용하는 한예로 볼 수 있으며, 개방과 공유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어 집단지성을 활용하려는 노력은 다양한 분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것이 웹2.0이 가진 트랜드적인 요소이다. 결국 대중의 지혜를읽어내어 집단지성을 구현할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것, 그것이 새로운 웹2.0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너무 마가린의 홍보기사처럼^^ 되어 버렸다고 말씀을 주셔서(사례 위주로 재미있게 써달라고 하시구선..^^) 다시 개념 위주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지난 토요일의 기사입니다.

그런데, 기사를 싣기 위해 메일이 오가던 와중 기사를 어떤 이름, 즉 어떤 정체성을 사용해 발표할 것인가에 대해 이견이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제가 필명을 사용하고 오프라인의 아이덴티티를 밝히지 않는데는 나름의 사정과 이유가 있습니다. 중간에서 조율하시던 한박사님께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작년 월간 w.e.b에서 (고맙게도) 두 번이나 기사를 실어 주셨을 때는 PRAK란 정체성을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역시 중앙일보는 중앙일간지 이다보니 아무래도 아직은 전통을 고수하는 측면이 있나 봅니다. 여튼 우여곡절 끝에 프라크란 블로거로서의 정체성을 사용해서 기사가 나갔습니다. 제가 요청드렸던 것은 "블로거 프라크" 였는데, 정확히는 "프라크(필자 요구로 온라인 블로그(www.fortytwo.co.kr/tt) 필명 사용)"이라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마가린에 대해서는 한 줄도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참 재미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오늘날의 세상에서 블로거라는 정체성이 그 자체로 얼마나 실질적인 정체성으로 인식되고 있는가, 또한 얼마나 용인가능한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일찌기 피에르 레비는 1994년 발간한 '집단지성'에서 책의 절반에 해당하는 전반부를 '사회적 유대의 기술(engineering the social bond)'을 설명하는데 할애했습니다. 그것은 또 다시 유목시대로 돌아간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으로서의 우리가 어떻게, 어떤 태도를 가지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인류학적 공간으로 파악하는) '지식의 공간'에서는 무엇이 정체성이 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그는 겸손하고 열린태도로 서로 "상호 수련"을 해야 함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평원의 저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며 말타고 달려오는 사람이 과연 나보다 힘이 셀지,칼싸움을 더 잘할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유목민의 상황에선 겸손과 타자에 대한 존중이 가장 적절한 생존 전략일 겁니다. 이방인(stranger)에 대한 환대가 암묵적 규칙으로 자리잡은 유목민의 생활방식은 그런 상황적 특성에 연유합니다.

마찬가지로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이 어떤 경력과 학위와 지식을 가지고 계시는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저 남겨진 아이디와 덧글이 유일한 정보의 소스이며, 그 분의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어보더라도 그 분에 관해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더불어,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의 어떤 지식이건 그것은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레비 교수는 이렇게 썼습니다.

"타인의 지식은 해답과 데이터의 합으로 귀결될 수 없다. 우리가 여기에서 부각시키고자 하는 지식은 삶의 지혜이기도 하며, 세계를 건설하고 그 안에 거주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것은 또한 삶의 긴 시간을 고려한다. 내가 정보를 수집하고 대화를 한다고 해도, 그리고 타인에게서 배운다고 해도, 그가 알고 있는 것을 결코 모두 알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그에 대한 지식의 구축이나 그가 보유하고 있는 전문적 능력 및 정보의 단순한 포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강한 의미에서의 수련이란 타자의 세계가 가진 불가해성 혹은 비 환원성과의 만남이며, 이는 그에 대한 존중의 바탕을 이룬다. 내 능력의 가능한 원천인 동시에 철저히 수수께끼로 남는 타자는 모든 면에서 동경의 대상이 된다."

"Knowledge of the other can't be reduced to a sum of results or data. Knowledge, in the sense we are using the word here, is also a knowledge-of-living; it is inseparable from the construction and habitation of a world, and incorporates the full span of our life. For this reason, even though I need to gather information and exchange ideas, even if I am able to learn from the other, I'll never know everything he knows. Our need to listen to the other can never lead to the construction of knowldege about him. We cannot simply capture his expertise or the information he possesses. Apprenticeship, in th fullest sense of the word, also implies that we confront the incomprehensibility, the irreducibility of the world of the other, which is the basis of my respect for him. Although a possible source of power for me, the other remains enigmatic, becomes a desirable being in every respect."

인터넷의 시대에 겸손과 존중과 열린태도는 (단순히 있으면 좋을 미덕이 아닌) 반드시 갖추어야할 상호 소통의 기본 태도입니다. 이 룰을 어기면 스스로를 차단시켜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 수 밖에 없게 됩니다.(새로운 아이덴티티/페르소나를 만든다면 또 다르겠죠?^^) 제대로 상호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소외되고 고립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분께서 말씀하시듯 주목은 가장 희소하며 귀중한 자원입니다. (이 밈을 우리 사회도 점점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초 대통령의 개헌발의가 정치권과 언론의 침묵으로 이슈화되지 않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실물 사회와 다른 점이라면 무인도에 고립되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끊임없이 들여다 볼 수는 있다는 점이랄까요.

말이 좀 옆으로 샜군요.^^ 여튼, 정체성에 관해서는, '이름'과 '주소'로 대별되는 '지구'와 '영토'에서의 정체성에 더해, 산업혁명 이후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상품의 공간'에서 지금까지 인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은 '직업'입니다. (지구, 영토, 상품의 공간은 우리가 여태 살아 온 인류학적 공간입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상품 유통의 공간 위에서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 것, 그리고 존재하는 것은 생산과 경제적 교환에 참여하고, 제조 거래 통신 네트워크의 교차점들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상품의 공간에서 실업자가 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사회적 정체성은 '노동'에 의해, 즉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유급 일자리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이다. 이력서에는 성명(지구 위의 위치)과 주소(영토 위의 위치) 다음에 대개 직업(상품 공간에서의 위치)이 나온다. '직업' 없이도 사회적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가능할까?"


그리고 인터넷 (information super highway, 94년 책입니다.^^)이 우리에게 열어준 지식 공간과 그곳에서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습니다.

"분명하게, 숨김없이 그리고 공개적으로 상호 수련을 인간 관계의 매개로 설정하자. 이때 정체성은 지식의 정체성이 된다."

"We can explicitly establish, openly and publicly, mutual apprenticeship as a way of mediating relationships among individuals. Our identities would then become knowledge identities."



또한,


"타자가 지식의 원천이라면 나 역시 그러하다. 나의 사회적 지위가 어떻든, 또 교육 기관이 내게 어떤 평가를 내렸든 간에,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는 수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식은 삶과 공통의 외연을 갖는 만큼, 나는 삶의 경험, 직업 경력, 사회적 문화적 실천을 통해서 지식의 원천을 공동체에 제공한다. 설사 내가 실업자고 돈이 없고 학위가 없고 변두리에서 고생하고 있으며 문맹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무용지물이 아니다. 나는 대체할 수 없는 존재이다. 지식의 공간에서 나는 하나의 이미지, 지위, 존엄성, 개인적이고 긍정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모든 인간은 지식의 정체성을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If the other is a source of knowledge, reciprocity is immediate. Regardless of my temporary social position, regardless of the judgment of an educational institution about my abilities, I can also become an opportunity for learning to someone else. Through my experience of life, my professional career, my social and cultural habits, I can - since knowledge is coextensive with life - provide knowledge resources to the community. Even though I am unemployed, or without money or a diploma, condemned to life in a ghetto, illiterate, I am not useless. I am not interchangeable. I have an image, a position, dignity, a personal and positive value within the knowledge space. All of us have the right to be acknowledged as a knowledge identity."



라고 썼습니다.

저는 레비교수의 주장에 공감하며, 그런 "지식의 정체성"의 하나가 블로거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그런 지식의 정체성으로 상호소통하는 것이 후광효과(halo effect)를 배제하여, 편견없이, 서로의 글만으로, 생각에 대한 것만으로 교류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앞으로도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여튼 중앙일간지에서 용기있는 결정을 내리셔서 블로거라는 정체성으로 기사가 나갈 수 있도록 애써주신 모든 분들과 특히 담당기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것이 작년의 상황에 비해 많은 진전을 이룬 의미있는 일이라 혼자서라도 나름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웹 2.0  |  2007/05/07 23:24